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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표지

가공범

히가시노 게이고 · 북다 · 2025

리뷰 작성·검토: · 발행 2026. 08. 08.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
북다
출간
2025
분량
528쪽
난이도
보통
완독 시간
8~11시간
별점

《가공범》은 정치인 도도 야스유키와 은퇴한 배우 도도 에리코 부부가 자택 화재로 사망한 사건에서 출발해, 형사 고다이 쓰토무가 현재의 인간관계와 40년 가까운 과거를 동시에 뒤지는 경찰소설형 미스터리다. 기발한 트릭을 순간적으로 간파하는 명탐정이 아니라, 관찰하고 만나고 이동하며 사실을 하나씩 확인하는 수사관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이 글은 가공범 줄거리를 사건 발생부터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결말은 스포일러 구간을 따로 표시해 구조 중심으로 설명한 뒤, 제목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와 인물들의 침묵을 어떻게 읽을지 해석한다.

한 부부의 죽음을 설명하려던 수사가 40년 전 고등학교 시절까지 되짚어 올라가면서, 사람들이 서로를 지키려고 만들어 낸 '있지도 않은 범인'의 윤곽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줄거리 요약

발단: 도도 부부의 자택에서 시작된 화재

사건은 정치인 도도 야스유키와 그의 아내이자 은퇴한 배우인 도도 에리코의 자택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 모두 사망한 채 발견되고, 현장은 처음에 비교적 단순한 하나의 설명으로 정리될 것처럼 보인다. 유명 인사 부부의 죽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초기 수사는 신속하게 사건의 성격을 규정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그러나 현장에서 확인된 정황은 그 최초의 설명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사고나 자연스러운 경위로 넘길 수 없는 흔적들이 나오면서 사건은 살인 수사로 전환된다. 이 전환은 작품 전체의 방향을 결정한다. 무엇이 일어났는지를 묻는 단계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이 부부의 죽음을 원했는지를 묻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화재라는 형태 자체가 흔적을 지우는 성격을 갖기 때문에, 수사진은 처음부터 부족한 물증 위에서 사람의 관계를 읽어야 하는 조건에 놓인다.

전개: 협박장이 사건의 형태를 바꾼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건을 복잡하게 만드는 협박성 메시지가 등장한다. 이 메시지는 단순히 수사를 방해하는 잡음이 아니라, 사건에 특정한 해석을 붙이려는 시도에 가깝다. 누군가 왜 이 부부가 죽어야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외부에서 제공하는 셈이다. 경찰은 이 메시지를 무시할 수도, 그대로 믿을 수도 없다. 진짜 범인이 남긴 것이라면 결정적 단서이고,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이 만든 것이라면 수사를 통째로 잘못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지점부터 소설은 물리적 증거를 모으는 이야기와 정보를 관리하는 이야기가 겹치는 구조가 된다. 도도 야스유키는 정치인이었고 도도 에리코는 오랫동안 대중 앞에 섰던 배우였다. 두 사람의 주변에는 이해관계로 얽힌 사람, 과거를 아는 사람,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함께 있다. 고다이 쓰토무는 이 관계망을 발로 확인한다. 참고인을 만나고, 진술의 어긋난 부분을 기억하고, 필요하면 먼 지역까지 이동해 오래된 사실을 확인한다. 화려한 추리 장면 대신 확인 작업이 쌓이면서 수사가 전진하는 방식이다.

위기: 현재의 관계에서 40년 전의 시간으로

피해자들의 현재 인간관계만으로는 사건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진다. 수사선은 부부의 최근 활동과 이해관계를 넘어, 4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로 뻗는다. 고다이가 확인하는 것은 오래된 사건 기록이 아니라 오래된 사람들의 시간이다. 같은 시기를 통과한 이들이 그때 무엇을 했고, 무엇을 말하지 않았으며, 그 침묵을 지금까지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가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이 구조 때문에 《가공범》의 긴장은 추격전이 아니라 시간차에서 나온다. 40년 전의 선택이 그동안 아무 결과도 만들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가, 어떤 계기로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미는 형태다. 수사가 진전될수록 관계자들의 진술은 서로를 조금씩 배반한다. 누군가는 기억이 흐릿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금 와서 밝혀도 소용없다고 말한다. 이 조각들이 맞물리기 시작하면 사건은 한 사람의 범행이라기보다 여러 사람이 오랫동안 관리해 온 이야기처럼 보이게 된다.

결말 — 스포일러 구간

아래부터는 결말의 구조를 포함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누가 무엇을 했는지, 사망 경위의 구체적인 방식이 어떠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이 리뷰가 확인한 범위에서 그 세부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쓰는 것은 리뷰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말에서 중요한 것은 협박을 통해 제시된 범인상이 사건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수사 초반에 사건을 설명해 주는 것처럼 보였던 그 이야기는 실제 진상의 일부만 담고 있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시선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한다. 고다이가 하는 일은 그 이야기를 부수는 작업이라기보다, 그 이야기가 왜 필요했는지를 되묻는 작업에 가깝다.

과거의 축은 도도 야스유키와 에리코, 그리고 함께 등장하는 야마오와 나가마 같은 인물들이 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통과했다는 사실에 놓인다. 고다이와 함께 움직이는 지역 경찰 야마오 요스케가 부부를 알지 못한다고 말한 대목은 수사 과정에서 의심을 받는 부분이 된다. 그 시절에 감춰진 관계, 말하지 못한 감정, 질투, 그리고 뒤늦게 꺼낸 고백이 쌓여 현재의 비극이 만들어졌다는 것이 소설이 그리는 인과의 큰 틀이다.

그래서 이 작품의 결말은 범인 한 사람을 지목하는 순간보다, 여러 사람이 각자의 이유로 다른 사람을 감싸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에 무게가 실린다. 누군가는 자기 몫이 아닌 혐의를 받아들이려 하고, 누군가는 과거의 사실을 지금 밝히면 남은 사람이 무너진다고 판단한다. 결말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열쇠는 뒤늦은 말하기다. 사람은 악의만으로 서로를 망가뜨리지 않는다.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상대 대신 결정해 버리는 태도가, 시간이 흐른 뒤 훨씬 큰 손상으로 돌아온다.

핵심 내용 정리

고다이 쓰토무라는 형사의 방법

고다이 쓰토무는 《백조와 박쥐》에 등장했던 형사이며, 《가공범》에서 자기 이름을 건 새로운 시리즈의 중심에 선다. 그는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마나부처럼 현상을 실험으로 해명하는 인물도 아니고, 상대의 심리를 단숨에 꿰뚫는 초인적 관찰자도 아니다. 그의 무기는 관찰과 면담, 이동, 그리고 끈질긴 확인이다.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고, 같은 질문을 다른 각도로 던지고, 앞선 진술과 어긋난 한 줄을 기억해 두는 방식으로 사건을 좁혀 간다.

이 설정은 작품의 리듬을 결정한다. 천재가 등장하는 미스터리는 마지막에 해답이 한꺼번에 쏟아지지만, 《가공범》은 독자가 형사와 같은 속도로 사실을 얻는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 즐거움이 크게 튀지 않는 대신, 각 인물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되짚는 재미가 계속 유지된다. 528쪽이라는 분량은 이 방식과 짝을 이룬다. 수사가 한 번에 도약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과 지면이 필요한 것이다.

이 작품의 형사는 진실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정리해 둔 이야기를 다시 흔들어 보는 사람에 가깝다. — 작품의 수사 방식에 대한 리뷰어의 재구성 문장

'가공범'이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것

원제 架空犯의 '가공'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제목이 가리키는 대상은 겉으로 만들어진 범인, 즉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세워진 인물상이다. 협박이 제공하는 이야기, 관계자들의 진술이 조금씩 조율되며 형성되는 그림, 그리고 누군가가 대신 짊어지려 하는 혐의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이유로 조금씩 손질한 이야기가 겹치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범인의 윤곽이 꽤 그럴듯하게 완성된다.

이 개념은 미스터리 장르 안에서 여러 겹으로 작동한다. 첫 번째 층위에서 가공범은 수사를 방해하는 장치다. 두 번째 층위에서는 인물들의 도덕적 선택을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애정에서 출발하지만, 그 결과로 다른 사람이 잘못된 혐의를 받거나 진짜 책임이 사라진다. 세 번째 층위에서는 독자를 향한다. 우리는 사건 기사, 방송, 소문을 통해 얼굴 없는 범인을 상상하고, 그 상상이 실제 판단을 대신하는 경험을 이미 여러 번 해 왔다.

존재하지 않는 범인은 거짓말 한 번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각자 조금씩 덜 말하고 조금씩 더 감싼 결과가 쌓여 하나의 형체가 된다. — 제목의 의미에 대한 리뷰어의 재구성 문장

40년의 침묵과 뒤늦은 고백

《가공범》이 다루는 시간의 폭은 이 작품을 다른 경찰소설과 구분한다. 현재의 이해관계만으로 사건을 설명할 수 있다면 수사는 훨씬 짧게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원점이 있고, 그 시기의 관계가 공식적으로 기록되지 않은 채 각자의 기억 안에만 남아 있다. 물증이 사라진 시간을 수사한다는 것은 사람의 기억과 태도를 증거처럼 다뤄야 한다는 뜻이다.

이 소설이 인간을 보는 관점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인물들은 대체로 악인이 아니다. 그들은 배려나 두려움, 자존심 때문에 말할 시점을 놓친 사람들이다. 문제는 그 유예가 무해하지 않다는 데 있다. 말하지 않은 사실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의 삶에 남아 다른 선택을 만들고, 그 선택이 또 다른 침묵을 요구한다. 뒤늦은 고백이 관계를 회복시키는 대신 파국을 앞당기는 장면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를 위해 말하지 않기로 한 결정은, 상대에게서 스스로 판단할 기회를 빼앗는 결정이기도 하다. — 작품의 주제에 대한 리뷰어의 재구성 문장

판본 정보와 시리즈에서의 위치

한국어판은 북다에서 2025년 7월 21일 출간됐고, 김선영이 옮겼으며 528쪽 분량이다. 원제는 架空犯이다. 일본에서는 2024년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았고, 2025년 일본미스터리문학대상 수상 기록이 함께 소개된다.

시리즈 관점에서 이 책의 위치는 분명하다. 고다이 쓰토무는 《백조와 박쥐》에서 이미 등장했지만, 《가공범》은 그를 중심에 놓은 새로운 연작의 출발점으로 기획된 작품이다. 앞선 작품을 읽지 않아도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고다이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다루는 사건을 이미 통과한 형사라는 점을 알고 읽으면, 그가 관계자들의 침묵 앞에서 보이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더 잘 이해된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좋았던 점

  • 수사 과정 자체가 재미의 중심이다: 트릭 해명 한 방에 기대지 않고 면담, 이동, 재확인이 쌓이며 사건이 좁혀진다. 형사가 특별한 능력 없이 성실함으로 전진하는 구조라 설득력이 높다.
  • 제목이 작품 전체의 해석 열쇠로 기능한다: '가공범'이라는 말은 사건의 장치이면서, 인물들의 윤리적 선택과 독자의 판단 습관까지 함께 가리킨다. 다 읽은 뒤 제목을 다시 읽으면 의미가 한 겹 늘어난다.
  • 40년의 시차를 부담 없이 다룬다: 과거 회상을 장식으로 쓰지 않고, 현재 수사의 각 단계가 과거의 어느 지점과 맞물리도록 배치한다. 시간이 긴데도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는다.
  • 인물을 선악으로 재단하지 않는다: 사실을 감춘 사람들에게 각자의 이유가 주어지고, 그 이유가 이해되면서도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판단의 몫을 독자에게 남기는 균형이 좋다.

아쉬운 점

  • 초중반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 확인 작업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사건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528쪽 가운데 상당 부분이 관계 파악에 쓰이므로, 빠른 전개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 화려한 트릭을 기대하면 결이 다르다: 불가능 범죄나 정교한 알리바이 설계가 중심인 작품이 아니다. 《용의자 X의 헌신》 같은 논리 대결의 쾌감을 기대하고 고르면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 등장인물과 시간대를 따라가기가 번거롭다: 현재의 관계자와 40년 전의 인물이 함께 다뤄지고 호칭도 여럿이라, 중간에 며칠 쉬었다가 이어 읽으면 관계도가 흐려진다. 이름과 시기를 간단히 메모하면 훨씬 수월하다.
  • 감정의 폭발보다 정리에 가까운 마무리: 진상이 드러난 뒤의 정서는 통쾌함보다 씁쓸함에 가깝고, 남은 사람들의 이후를 길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명확한 응징과 후일담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여운이 다소 건조하게 느껴진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

범인 맞히기보다 사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고 싶은 독자에게 잘 맞는다. 특히 여러 사람의 진술이 조금씩 어긋나고, 그 어긋남 자체가 단서가 되는 구조를 좋아한다면 만족도가 높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가운데 유가와 마나부 계열의 이과적 해명보다 인간관계와 과거의 무게를 다루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 《백조와 박쥐》를 읽고 고다이 쓰토무라는 형사를 더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도 우선순위가 높다. 긴 분량을 며칠에 걸쳐 밀도 있게 읽는 독서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반대로 짧고 빠른 반전 위주의 미스터리를 찾는다면 권하기 어렵다. 과학적 트릭이나 밀실, 알리바이 붕괴 같은 퍼즐의 쾌감이 독서의 주된 목적이라면 다른 작품이 낫다. 등장인물이 많고 시간대가 오가는 소설에 피로를 느끼는 독자, 결말에서 모든 인물의 사정이 깔끔하게 정리되기를 바라는 독자에게도 잘 맞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이 책보다 짧고 구조가 선명한 작품으로 시작하는 편이 작가의 취향을 확인하기 쉽다.

인상 깊은 부분

가장 오래 남는 것은 화재라는 사건 형태가 이야기 전체의 은유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불은 무언가를 없애는 동시에 그 자리에 남은 것을 드러낸다. 이 작품의 인물들도 40년 동안 사실을 태워 없앴다고 믿었지만, 실제로는 형태만 바뀐 채 각자의 삶에 남아 있었다. 수사가 진행되며 드러나는 것은 새로운 물증이라기보다, 사라졌다고 여겨졌던 감정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협박이 제공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도 인상적이다. 보통의 미스터리에서 협박은 범인의 자기 과시이거나 수사를 압박하는 장치다. 여기서는 사건에 설명을 붙이려는 시도로 기능하며, 그 설명을 받아들일지 의심할지가 수사의 갈림길이 된다. 고다이가 그 이야기를 즉시 부정하지 않고 그 이야기가 누구에게 유리한지를 계산하는 대목은, 사실 확인이 곧 이야기 검증이라는 이 작품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세 번째로 남는 것은 인물들이 지키려는 대상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죽은 이의 명예를, 어떤 사람은 남은 가족의 일상을, 어떤 사람은 자신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자기 이미지를 지키려 한다. 목적이 다른 보호들이 겹치면서 사건은 개인의 범행보다 훨씬 두꺼운 층을 갖게 되고, 그 두께가 제목의 의미를 완성한다.

읽고 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침묵을 중립적인 행동으로 보기 어려워진다. 말하지 않는 쪽을 택할 때 우리는 보통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가공범》은 그 유예가 이자를 붙여 돌아오는 과정을 40년의 길이로 보여준다. 배려에서 나온 침묵과 자기방어에서 나온 침묵이 겉으로는 똑같아 보인다는 점도 불편하게 남는다.

책을 덮은 뒤에는 인물별로 세 가지를 정리해 볼 만하다. 이 사람은 무엇을 알고 있었는가, 언제 말할 수 있었는가, 말하지 않기로 한 결정으로 누가 대가를 치렀는가. 이 기준으로 다시 보면 사건은 한 사람의 악행이 아니라 여러 결정의 누적으로 읽히고, 제목이 왜 특정 인물의 이름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범인을 가리키는지도 분명해진다. 현실의 사건 보도를 볼 때도 같은 질문을 적용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자주 얼굴 없는 범인을 먼저 완성해 놓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투명한 나선은 같은 작가의 최근작 가운데 이 책과 가장 가깝게 읽힌다. 현재의 살인 사건이 오래된 과거와 맞물리고, 인물들이 누군가를 지키려 침묵한다는 구조가 겹친다. 다만 그쪽은 유가와 마나부라는 익숙한 인물의 위치를 뒤집는 데 무게가 실리고, 《가공범》은 새 형사의 방법론을 세우는 데 무게가 실린다는 차이가 있다.

용의자 X의 헌신은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계획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삶을 침범하는지를 훨씬 날카로운 퍼즐로 보여준다. 존재하지 않는 범인을 만들어 수사를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는 발상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라, 《가공범》의 제목이 가리키는 문제를 비교해 읽기 좋다.

악의는 진술과 기록이 사람의 동기를 어떻게 왜곡하는지 파고드는 미스터리다. 사건을 설명하는 이야기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독서 경험이 이어지므로, 협박이 제공한 설명을 검증하는 《가공범》의 구조와 나란히 두면 두 작품 모두 더 선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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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정치인 도도 야스유키와 은퇴한 배우 도도 에리코 부부가 자택 화재로 사망한 사건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하게 정리될 것처럼 보였던 현장에서 살인을 가리키는 정황이 확인되고, 협박성 메시지까지 등장하며 수사가 복잡해진다. 형사 고다이 쓰토무는 부부의 현재 인간관계와 4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를 함께 좇으며 사건의 실제 구조에 접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