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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표지

메리 셸리 · 문학동네 · 1818

프랑켄슈타인 줄거리와 결말 해석

저자
메리 셸리
출판
문학동네
출간
1818

글·검토: (편집 원칙) · 발행 2026. 10. 25.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은 생명의 비밀을 알아낸 젊은 과학도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거대한 인간형 존재를 만들어 낸 직후 그를 버리고, 그 대가로 가족과 친구를 하나씩 잃는 소설이다. 흔히 괴물의 이름으로 알려진 '프랑켄슈타인'은 사실 창조자의 성이고, 피조물에게는 끝까지 이름이 없다. 이 글은 프랑켄슈타인 줄거리를 북극 탐험가 월턴의 편지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피조물이 왜 살인자가 되었는지와 부제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의 뜻, 지금 읽을 가치가 있는지까지 다룬다. 결말 스포일러 구간은 따로 표시했다.

한 줄 요약

생명을 만드는 데 성공한 순간 창조물을 내버린 과학자와, 버려진 뒤 몰래 엿들은 말과 주운 책으로 인간을 배웠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한 피조물이 서로의 모든 것을 빼앗으며 북극의 얼음 위까지 간다.

줄거리 요약

액자: 북극으로 향하는 월턴의 편지

소설은 영국인 탐험가 로버트 월턴이 고향의 누이 마거릿 새빌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한다. 월턴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아르한겔스크를 거쳐 배를 얻고, 아무도 가 보지 못한 북극을 향해 떠난다. 명예와 발견에 대한 욕망이 크지만 그는 편지마다 자신의 꿈을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외로움도 털어놓는다.

배가 얼음에 갇힌 어느 날, 선원들은 개썰매를 몰고 얼음 벌판을 가로지르는 거인 같은 형체를 멀리서 본다. 다음 날 아침에는 떠내려온 얼음 조각 위에서 다 죽어 가는 남자를 구한다. 남자는 기력을 조금 되찾은 뒤, 자신처럼 지식과 영광에 사로잡힌 월턴에게 경고하려는 듯 자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고, 소설의 대부분은 빅터가 월턴에게 들려주는 회고다.

발단: 제네바의 소년이 잉골슈타트에서 생명을 만들다

빅터는 제네바의 유복한 가문에서 아버지 알퐁스와 어머니 캐롤라인의 맏아들로 자란다. 어릴 때 집에 들어와 함께 자란 엘리자베스 라벤자, 두 남동생 어니스트와 윌리엄, 평생의 친구 헨리 클레르발이 그의 세계를 이룬다. 소년 빅터는 코르넬리우스 아그리파와 파라켈수스 같은 옛 연금술사의 책에 빠져 자연의 숨은 원리를 캐내고 싶어 한다.

열일곱 살에 독일 잉골슈타트 대학으로 떠나기 직전, 어머니가 엘리자베스를 간호하다 옮은 성홍열로 세상을 떠난다. 대학에서 크렘페 교수는 그가 읽어 온 연금술 책을 쓸모없다고 깎아내리지만, 발트만 교수의 화학 강의는 그를 근대 과학으로 끌어들인다. 빅터는 해부실과 납골당을 드나들며 생명이 어떻게 생겨나고 사라지는지 파고든 끝에, 죽은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낸다.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숙소 꼭대기의 외딴 방을 작업실로 삼고, 몇 달 동안 재료를 모아 키가 2.4미터쯤 되는 거대한 몸을 짜 맞춘다. 11월의 음울한 밤, 피조물이 눈을 뜨고 숨을 쉰다. 그러나 근육과 혈관이 비칠 듯한 누런 살갗과 물기 어린 눈, 검은 입술을 본 순간 빅터는 공포에 질려 방을 뛰쳐나간다. 피조물이 침대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자 그는 다시 달아나 마당에서 밤을 지새운다. 다음 날 피조물은 사라지고 없다. 때마침 잉골슈타트에 도착한 클레르발이 신경열로 쓰러진 빅터를 몇 달 동안 간호한다.

전개: 동생 윌리엄의 죽음과 쥐스틴의 처형

회복한 빅터에게 아버지의 편지가 도착한다. 막내 윌리엄이 교외에서 목이 졸려 죽은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다. 서둘러 제네바로 돌아온 빅터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번개가 번쩍이는 사이로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형체를 본다. 그는 그 존재가 동생을 죽였다고 직감한다.

그런데 범인으로 체포된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집안의 하녀 쥐스틴 모리츠다. 윌리엄이 지니고 있던 어머니의 초상 메달이 그녀의 옷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가 법정에서 그녀를 변호하지만, 쥐스틴은 고해 신부의 압박에 못 이겨 거짓 자백을 하고 결국 처형된다. 빅터는 진실을 알면서도 입을 다문다. 시체로 생명을 만들었다는 말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으리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 침묵이 그에게 두 번째 죄책감이 된다.

피조물의 이야기: 오두막 벽 틈으로 배운 세상

괴로움을 견디지 못한 빅터는 알프스 샤모니 계곡으로 들어가 몽탕베르에 올라 거대한 빙하를 내려다본다. 그곳에서 얼음을 건너오는 피조물과 마주친다. 빅터는 저주를 퍼붓지만, 피조물은 창조자라면 적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의무가 있다고 맞선다. 두 사람은 산속 오두막의 불가에 앉고, 이야기의 화자가 피조물로 바뀐다.

잉골슈타트를 떠난 피조물은 숲에서 추위와 배고픔, 빛과 소리를 처음 겪으며 감각을 하나씩 익힌다. 누군가 남기고 간 모닥불에서 불의 따뜻함과 뜨거움을 동시에 배운다. 마을에 들어갔다가 사람들의 비명과 돌팔매에 쫓겨난 그는 외딴 오두막에 붙은 헛간에 숨어든다. 오두막에는 눈먼 노인 드 라세와 아들 펠릭스, 딸 아가사가 가난하게 살고 있다.

피조물은 벽 틈으로 이 가족을 지켜보며 사람의 다정함을 처음 배운다. 자신이 몰래 음식을 훔쳐 가족이 굶주린다는 것을 알고 도둑질을 그만두며, 밤마다 땔감을 해다 문 앞에 쌓아 둔다. 가족은 이 보이지 않는 도움을 선한 정령의 손길처럼 여긴다. 그러다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사람들이 왜 자신을 보고 달아났는지 알게 된다.

얼마 뒤 펠릭스의 연인인 아라비아 출신 여인 사피가 찾아온다. 펠릭스가 말을 모르는 사피에게 언어를 가르치고 볼네가 쓴 제국의 흥망에 관한 책을 읽어 주는 동안, 피조물도 벽 너머에서 말과 글, 인류의 역사를 함께 익힌다. 이 과정에서 드 라세 가족이 사피의 아버지를 감옥에서 빼내 주었다가 프랑스에서 재산을 빼앗기고 쫓겨났다는 사연도 듣는다. 숲에서 주운 가죽 가방에서는 밀턴의 《실낙원》,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나온다. 작업실에서 들고 나온 옷 주머니에서는 자신을 만들던 시기의 빅터의 일지가 나온다. 그는 그 기록을 읽고 자신이 어떻게, 얼마나 혐오스럽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된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피조물은 다른 가족이 외출한 틈에 눈먼 드 라세 노인 앞에 나선다. 노인은 그의 목소리에 호의를 보이고 대화는 따뜻하게 이어진다. 그러나 돌아온 펠릭스는 그를 보자마자 막대기로 내리치고, 아가사는 기절하며, 사피는 달아난다. 피조물은 맞서 싸울 힘이 있으면서도 물러난다. 얼마 뒤 가족은 오두막을 버리고 떠나고, 남겨진 피조물은 오두막에 불을 지른 뒤 자신을 만든 사람에게 복수하기로 한다.

일지를 통해 빅터가 제네바 사람임을 안 그는 남쪽으로 향한다. 도중에 강물에 빠진 소녀를 건져 내지만, 소녀와 함께 있던 남자는 그에게 총을 쏜다. 제네바 근처에서 그는 한 소년을 만나, 편견이 생기기 전의 아이라면 친구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소년은 비명을 지르며 자기 아버지가 프랑켄슈타인이라고 위협하고, 피조물은 소년을 목 졸라 죽인다. 그 아이가 윌리엄이었다. 그는 아이에게서 빼앗은 초상 메달을 근처에 있던 젊은 여자의 옷 주름에 몰래 넣어 두는데, 그 여자가 쥐스틴이었다. 1818년 초판에서는 지나가던 여자의 옷에, 1831년 개정판에서는 헛간에서 잠든 여자의 옷에 넣는다.

위기: 짝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 그리고 파기

이야기를 마친 피조물은 요구한다. 자신과 같은 모습의 여성 피조물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짝이 생기면 둘이서 남아메리카의 황야로 떠나 다시는 사람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빅터는 그의 고통에 일말의 연민을 느끼고, 거절했을 때의 위협도 두려워 요구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빅터는 작업을 계속 미룬다. 아버지가 엘리자베스와의 결혼을 권하자, 그는 영국에서 연구할 것이 있다며 클레르발과 함께 길을 떠난다. 런던과 옥스퍼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이른 뒤, 클레르발과 헤어져 오크니 제도의 외딴 섬에서 홀로 두 번째 피조물을 만들기 시작한다.

작업이 절반쯤 진행된 밤, 빅터는 새 피조물이 약속을 지킬지, 두 존재가 낳을 후손이 인류를 위협하지 않을지를 생각하다 창밖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피조물을 발견한다. 그는 그 자리에서 만들던 몸을 찢어 버린다. 절망한 피조물은 빅터의 결혼식 날 밤에 찾아가겠다고 경고하고 떠난다.

빅터는 남은 잔해를 바다에 버리러 나갔다가 배에서 잠들어 아일랜드 해안까지 떠밀려 간다. 그곳 사람들은 그를 살인 용의자로 붙잡는다. 전날 밤 해변에서 발견된 시신은 목이 졸린 클레르발이었다. 빅터는 충격으로 쓰러져 감옥에서 몇 달을 앓는다. 치안판사 커윈의 도움과 아버지의 방문 끝에, 사건 당시 오크니에 있었다는 사실이 인정돼 풀려난다.

결말 (스포일러 주의)

이하에는 결말 스포일러가 있다. 제네바로 돌아온 빅터는 엘리자베스와 결혼한다. 신혼 첫날밤을 보내려 호수 건너 에비앙에 묵은 그는 피조물의 경고를 자신을 죽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권총을 품은 채 숙소를 돌아다니며 경계한다. 그사이 방에 혼자 있던 엘리자베스가 목이 졸려 죽는다. 창밖에서 피조물이 시신을 가리키며 웃는다. 막내아들 윌리엄에 이어 며느리가 된 엘리자베스까지 잃은 아버지 알퐁스도 며칠 만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숨진다.

이제 빅터에게 남은 것은 복수뿐이다. 제네바의 치안판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지만 판사는 그 존재를 잡을 수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빅터는 혼자서 피조물을 쫓아 유럽을 가로지르고 러시아를 지나 북쪽 얼음 바다까지 간다. 피조물은 일부러 흔적과 먹을 것을 남겨 그를 계속 끌고 간다. 썰매로 거의 따라잡았을 때 얼음이 갈라지고, 빅터는 표류하다 월턴의 배에 구조된다. 여기서 이야기는 첫 장면으로 돌아온다.

다시 월턴의 편지다. 배는 얼음에 갇혀 있고 선원들은 얼음이 풀리면 남쪽으로 돌아가자고 요구한다. 쇠약한 빅터는 선원들에게 겁을 먹지 말고 끝까지 가라고 연설하지만, 월턴은 결국 선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항을 결정한다. 빅터는 그 직후 숨을 거둔다. 그날 밤 월턴이 선실에 들어가자 빅터의 시신 앞에 피조물이 서 있다. 피조물은 자신이 저지른 일과 창조자에 대한 증오, 그리고 지울 수 없는 외로움을 털어놓은 뒤, 가장 북쪽 끝으로 가서 스스로 장작더미에 올라 몸을 불태우겠다고 말한다. 그는 선실 창문으로 뛰어내려 얼음 조각에 올라타고, 어둠 속으로 멀어져 사라진다.

핵심 내용 정리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창조자 빅터의 성이다. 피조물은 작품 내내 피조물, 악마, 괴물, 비참한 존재 같은 말로만 불리고 고유한 이름을 한 번도 받지 못한다. 빅터는 그에게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다. 이름은 누군가가 한 존재를 자기 세계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는 첫 표시인데, 피조물은 그 첫 단계부터 거부당했다.

대중이 떠올리는 모습도 원작과 거리가 멀다. 네모난 머리와 목의 나사, 짧은 신음만 내는 거인은 1931년 유니버설 영화에서 보리스 칼로프가 연기한 이미지다. 원작의 피조물은 빠르고 민첩하며, 밀턴과 괴테를 읽고 자기 처지를 논리 정연하게 변론할 만큼 언어에 능하다. 빅터를 '프랑켄슈타인 박사'라고 부르는 것도 대중문화에서 굳은 표현이다. 원작에서 빅터는 한 번도 박사로 불리지 않고, 피조물을 만든 것도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일이다.

이름을 받지 못한 존재는 처음부터 공동체 밖에 서 있다. 피조물의 비극은 그 이름 없음에서 이미 시작된다.

세 겹의 액자 — 누구의 말을 믿을 것인가

이 소설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구조다. 가장 바깥에 월턴의 편지가 있고, 그 안에 빅터의 회고가, 다시 그 한가운데에 피조물의 고백이 놓인다. 한가운데의 고백조차 독자는 직접 듣지 못한다. 피조물의 말을 빅터가 전하고, 그 말을 다시 월턴이 받아 적은 기록을 읽는다. 피조물이 누구의 중계도 거치지 않고 입을 여는 곳은 마지막 장면, 월턴 앞에서뿐이다.

이 구조 때문에 판단이 쉽지 않다. 빅터의 서술만 따르면 피조물은 사악한 악마인데, 그 한가운데 끼워진 피조물의 이야기는 버려진 존재가 어떻게 상처를 입고 일그러졌는지 차분하게 따라간다. 셸리는 누가 옳은지 정해 주지 않고 두 목소리를 나란히 세운 채 물러선다.

바깥 액자의 월턴도 그냥 듣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빅터처럼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곳에 이르겠다는 야망에 들떠 있고, 빅터의 이야기는 그에게 보내는 경고로도 읽힌다. 다만 월턴이 배를 돌리는 것은 그 경고를 깨달아서가 아니다. 얼음에 갇힌 선원들이 돌아가자고 요구하고, 빅터가 그들에게 끝까지 가자고 호소하는데도 월턴은 선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인다. 그는 비겁함과 우유부단 때문에 희망이 꺾였다고 한탄한다. 그래도 남의 목숨을 걸고 야망을 밀어붙이지는 않았고, 빅터가 끝내 하지 못한 그 선택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놓인다.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 창조보다 무거운 것은 책임이다

원제는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다.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대가로 바위에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은 티탄이다. 빅터는 신만의 영역이던 생명 창조의 비밀을 손에 넣었으니 근대의 프로메테우스인 셈이다. 소설에서 피조물이 맨 처음 익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불인 것도 이 부제와 맞물린다.

빅터가 결정적으로 실패하는 때는 생명을 만든 순간보다 그 직후다. 그는 자신이 만든 존재가 깨어나자마자 외모 때문에 도망쳤고, 그 존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한 번도 묻지 않았다. 피조물이 《실낙원》을 읽고 자신을 아담에 견주다가, 오히려 창조주에게 버림받은 타락 천사에 더 가깝다고 느끼는 대목이 그래서 아프다. 1818년 초판 표제지에도 《실낙원》에서 아담이 창조주에게 왜 자신을 만들었느냐고 묻는 대목이 제사로 붙어 있다.

빅터는 생명을 만드는 데 몇 달을 바쳤지만, 눈을 뜬 존재 곁에는 하룻밤도 머물지 않았다.

괴물은 태어나지 않고 만들어진다

피조물은 처음부터 악하지 않았다. 그는 드 라세 가족의 식량을 훔치지 않으려고 굶주림을 참았고, 몰래 땔감을 날랐으며, 물에 빠진 소녀를 구했다. 그가 돌려받은 것은 비명과 돌팔매, 막대기와 총알이었다. 피조물 스스로도 자신은 원래 선했으나 불행이 자신을 악마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이 변화는 단계를 밟는다. 마을 사람들의 거부, 자신의 얼굴에 대한 자각, 일지를 통해 알게 된 창조자의 혐오, 가장 믿었던 드 라세 가족의 배척이 차례로 쌓인다. 마지막으로 남은 희망이었던 짝마저 빅터의 손에 찢기자, 피조물은 빅터가 자신에게서 빼앗은 것을 그대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복수한다. 친구 클레르발과 아내 엘리자베스, 곧 빅터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앗아 간다. 그렇다고 소설이 피조물의 살인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어린 윌리엄과 무고한 쥐스틴의 죽음은 어떤 사연으로도 지워지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의 피조물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사라지기로 한다.

1816년 여름, 열여덟 살의 작가

이 소설이 태어난 배경도 유명하다. 1816년 여름, 메리 고드윈(훗날의 메리 셸리)은 연인 퍼시 비시 셸리와 함께 제네바 호숫가에 머물며 바이런 경, 그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와 어울렸다. 화산 폭발의 여파로 '여름 없는 해'라 불릴 만큼 궂은 날씨가 이어져 실내에 갇혀 지내던 중, 바이런이 각자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쓰자고 제안했다. 이때 시작한 이야기가 《프랑켄슈타인》이 되었다. 바이런은 자기 이야기를 쓰다 말았는데, 폴리도리가 그 미완성 원고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 1819년에 나온 《뱀파이어》다.

바이런이 내기를 제안한 1816년 6월에 메리는 열여덟 살이었다. 소설은 1818년 1월 작가 이름 없이 세 권으로 출간됐다. 1831년에는 셸리가 문장을 손보고 작품의 탄생 경위를 밝힌 서문을 붙인 개정판이 나왔다. 그 서문에서 셸리는 당시 화제였던 갈바니즘, 곧 전기 자극으로 죽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 이야기를 언급한다. 정작 본문의 빅터는 생명을 불어넣은 방법을 끝까지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 자기 불행을 되풀이할까 두려워서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좋았던 점

  • 가장 조리 있게 말하는 인물이 '괴물'이다. 한가운데 놓인 피조물의 고백은 버려진 존재가 언어를 배우고 세상을 이해하고 끝내 증오에 이르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빅터의 한탄보다 피조물의 변론이 더 설득력 있게 들려서, 누구 편에 설지 끝까지 고민하게 된다.
  • 질문이 기술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소설 속 과학은 낡았지만, 인공지능이나 유전자 편집처럼 결과를 다 내다볼 수 없는 기술을 두고 논쟁할 때 이 책은 지금도 불려 나온다. 빅터의 불행이 무능이 아니라 성공에서 시작된다는 설정이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든다.
  • 다시 읽으면 다른 소설이 된다. 처음에는 빅터의 공포를 따라 읽게 되지만, 결말을 알고 다시 펼치면 피조물의 고백 쪽으로 무게가 기운다. 화자가 셋이라 누구의 말을 얼마나 믿을지가 읽을 때마다 달라진다.
  • 알프스와 북극의 풍경이 감정을 대신 말한다. 빙하 위의 대면, 오크니의 황량한 섬, 끝없는 얼음 바다 같은 장면이 인물의 고립과 절망을 장황한 설명 없이 전한다.

아쉬운 점

  • 빅터의 한탄이 지나치게 길다. 빅터는 불행이 닥칠 때마다 자기 연민에 가까운 독백을 길게 늘어놓는다. 정작 쥐스틴의 재판이나 결혼식 밤처럼 행동이 필요한 순간에는 침묵하거나 판단을 그르쳐서, 화자에게 공감하기 어려운 구간이 많다.
  • 피조물의 학습 과정이 지나치게 편리하다. 벽 틈으로 엿들은 수업만으로 유창한 언어를 익히고, 마침 숲에서 고전 세 권을 줍고, 마침 옷 주머니에 창조자의 일지가 들어 있다. 고딕 소설의 관습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연이 거슬린다.
  • 여성 인물이 주로 희생자 자리에 머문다. 엘리자베스와 쥐스틴은 선량하고 아름답게 그려지지만 이야기 안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장면이 드물고, 주로 빅터의 죄를 대신 치르는 존재로 쓰인다.
  • 중반의 사피 이야기가 흐름을 끊는다. 드 라세 가족과 사피 아버지의 사연은 피조물이 인간 사회의 불의를 배우는 계기지만, 액자 속 액자로 한 겹 더 들어가는 구간이라 처음 읽는 독자는 긴장이 풀리기 쉽다.
번역본 5종 · 출판사별 문체와 특징 비교프랑켄슈타인 번역 추천 — 출판사별 비교

이 책이 필요한 사람

  • 영화와 패러디로만 알던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으로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 사람
  • 인공지능이나 생명공학처럼 만드는 능력이 책임보다 앞서가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
  • 피조물의 고백을 통해 소외와 차별이 한 존재를 어떻게 바꾸는지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
  • SF와 고딕 호러의 출발점으로 꼽히는 고전을 읽어 두려는 장르 독자

긴장감 넘치는 공포물이나 빠른 전개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19세기 초 소설 특유의 긴 독백과 감정 묘사가 많아서, 사건 위주의 현대 스릴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중반부가 느리게 느껴진다.

인상 깊은 부분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피조물이 눈먼 드 라세 노인 앞에 처음 나서는 대목이다. 그가 하필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만 집에 남은 때를 골랐다는 데서 이미 슬픔이 배어 나온다. 몇 달 동안 벽 너머에서 말을 익힌 그는 자기 말솜씨에는 기대를 걸 수 있었지만, 자기 얼굴에는 아무 기대도 걸 수 없었다. 외모를 볼 수 없는 단 한 사람 앞에서 그는 처음으로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다.

잔인한 것은 그 따뜻함이 몇 분 만에 끝난다는 사실이다. 피조물이 쫓겨난 이유는 말도 행동도 아니고 오직 생김새였다. 그는 이 일을 겪은 뒤에야 인간이라는 종 전체와 싸우겠다고 맹세하고 오두막에 불을 지른다. 이 소설이 비극으로 꺾이는 지점은 북극도 결혼식 밤도 아니고 이 작은 오두막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노인만이 그를 사람으로 대했다. 이 소설에서 편견은 늘 눈으로 먼저 들어온다.

읽고 나서

《프랑켄슈타인》이 바꾸는 관점은 괴물이라는 말이 누구를 향하느냐는 것이다. 처음에는 거대하고 흉측한 피조물이 괴물로 보이지만, 책을 덮을 무렵에는 생명을 만들어 놓고 도망친 빅터, 생김새만 보고 돌을 던지고 막대기를 휘두른 사람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피조물이 저지른 살인은 그의 책임이지만, 그가 그 자리에 이르기까지 끝까지 손을 내민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도 함께 남는다.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은 지금 내가 시작하려는 일에 빅터의 질문을 대 보는 것이다. 새 프로젝트든 서비스든 관계든, 그것이 성공한 다음 날 누가 돌볼 것인지 미리 적어 보면 된다. 빅터는 그 질문을 피조물이 눈을 뜬 뒤에야 처음 마주했고, 답하는 대신 방을 뛰쳐나갔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파우스트는 인간의 한계를 넘는 지식을 원한 학자가 그 대가로 사랑하는 사람을 파멸로 몰아넣는 이야기다. 금지된 앎에 손을 뻗은 대가라는 점에서 빅터와 파우스트는 같은 계보에 서 있고, 둘을 나란히 읽으면 신의 영역에 도전한 인간을 괴테와 셸리가 각각 어떻게 심판하는지 비교할 수 있다.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인간의 탄생 자체를 관리하는 사회를 그린다. 한 사람이 혼자 만든 피조물과 국가가 대량으로 생산하는 인간은 규모가 전혀 다르지만, 만들어진 존재가 자기 삶의 의미를 묻는다는 점에서 이어진다. 야만인 존이 끝내 그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모습은 피조물의 고립과 겹쳐 읽힌다.

피조물이 숲에서 주워 읽는 존 밀턴의 《실낙원》도 함께 펼쳐 볼 만하다. 창조주에게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피조물의 언어가 어디서 왔는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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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과학도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죽은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어 거대한 피조물을 만들지만, 그 모습에 겁을 먹고 버린다. 홀로 남은 피조물은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며 증오를 키우고, 빅터의 동생과 친구, 아내를 차례로 죽인다. 모든 것을 잃은 빅터는 복수를 위해 피조물을 쫓아 북극의 얼음 바다까지 간다. 이 이야기 전체를 북극 탐험가 월턴이 빅터에게서 듣고 누이에게 편지로 전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