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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표지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 김영사 · 2015

저자
유발 하라리
출판
김영사
출간
2015
분량
636쪽
난이도
보통
완독 시간
10~14시간
별점

《사피엔스》는 별 볼 일 없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정복한 유일한 인간 종이 되었는지를,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노아 하라리가 7만 년의 시간 축으로 풀어낸 책이다. 이 글은 책 전체를 떠받치는 인지혁명·농업혁명·인류의 통합·과학혁명이라는 네 개의 기둥과, 하라리의 가장 도발적인 주장인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는 명제, 그리고 이 책이 던지는 행복과 미래에 관한 질문까지 정리한다.

인간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도구도 지능도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을 함께 믿는 능력이었다는 것 — 신도, 국가도, 돈도 모두 사피엔스가 지어낸 허구지만, 바로 그 허구가 낯선 수백만 명을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힘이라는 이야기다.

핵심 요약

유발 노아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사피엔스(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는 하나의 소박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약 250만 년 전 지구에는 여러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호모 솔로엔시스 같은 사촌들이 저마다의 대륙에서 불을 피우고 도구를 만들었고, 우리 조상 호모 사피엔스는 그중 아프리카 한구석의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지구에는 오직 한 종의 인간, 사피엔스만이 남았다. 하라리가 던지는 질문은 명료하다. 왜 하필 사피엔스였는가.

그의 대답은 약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Cognitive Revolution)'이다. 어떤 우연한 유전적 변이가 사피엔스의 뇌 배선을 바꾸어,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는 능력을 주었다. 핵심은 언어 자체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함께 믿는 능력이었다. 사자를 조심하라는 정보는 다른 동물도 전달하지만, "우리 부족의 수호령이 우리를 지켜본다"는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것을 수백 명이 동시에 믿는 일은 사피엔스만 할 수 있었다. 하라리는 이 상상의 산물을 '허구(fiction)' 혹은 '상호주관적 실재(intersubjective reality)'라 부른다.

이 허구를 믿는 능력이 왜 결정적인가. 침팬지 집단은 서로 아는 사이 수십 마리를 넘어서면 유지되지 못한다. 반면 사피엔스는 공동의 신화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서로 만난 적 없는 수백만 명이 협력할 수 있다. 국가, 종교, 법, 인권, 회사, 화폐는 모두 자연에 실재하는 물질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믿기로 한 이야기다. 하라리가 즐겨 드는 예가 자동차 회사 푸조다. 푸조라는 회사는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사람들이 그 법적 허구를 믿기에 수만 명이 그 이름 아래 일하고 거래한다. 이렇게 유연하게 대규모로 협력하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를 먹이사슬 꼭대기로 밀어 올린 진짜 무기였다.

책은 이 통찰을 축으로 인류사를 세 번의 큰 전환으로 재구성한다. 약 1만 2천 년 전의 농업혁명(Agricultural Revolution), 화폐·제국·종교를 통한 인류의 통합, 그리고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이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라리는 시선을 미래로 돌려, 생명공학과 인공지능이 사피엔스라는 종 자체를 끝낼지 모른다는 물음을 남긴다. 이 마지막 질문이 곧 그의 다음 책 《호모 데우스》의 출발점이 된다.

핵심 내용 정리

《사피엔스》의 뼈대는 네 번의 혁명이다. 각 혁명은 사피엔스에게 새로운 힘을 주었지만, 하라리는 그 힘이 개인의 행복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지혁명 — 허구를 믿는 능력

인지혁명은 약 7만 년 전 사피엔스의 인지 능력이 도약한 사건이다. 하라리에게 이 혁명의 본질은 '허구를 짓고 함께 믿는 능력'이다. 이 능력 덕분에 사피엔스는 유전자의 느린 진화를 기다리지 않고도, 신화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사회 전체의 행동을 순식간에 재조직할 수 있었다. 무리의 규모가 커지고, 낯선 이들과의 협력이 가능해지고, 마침내 사피엔스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가며 다른 인간 종과 거대 동물들을 차례로 밀어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대형 유대류가, 아메리카의 매머드가 사피엔스의 도착과 함께 사라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자를 조심하라고 외치는 동물은 많다. 그러나 존재하지도 않는 신을 함께 두려워하는 동물은 오직 사피엔스뿐이며, 그 공동의 상상이 수백만을 한 몸처럼 움직이게 했다.

농업혁명 —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피엔스》에서 가장 유명하고 논쟁적인 대목이다. 우리는 흔히 농업의 시작을 인류가 야만에서 문명으로 올라선 진보로 배운다. 하라리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밀을 비롯한 몇몇 작물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길들였다는 것이다. 사피엔스는 씨를 뿌리고 물을 대고 잡초를 뽑느라 허리가 휘고 관절이 상했으며, 다양했던 수렵채집 식단은 몇 가지 곡물로 단조로워졌고, 밀집한 정착 생활은 전염병과 흉년의 위험을 키웠다. 종 전체로는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그 안의 평균적인 개인은 수렵채집인 조상보다 더 고되고 불안한 삶을 살았다. 하라리는 이를 두고 "역사상 최대의 사기"라 부른다. 더 나은 삶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더 많은 노동과 인구만 남긴 거래였다는 것이다. 그는 이 덫을 '사치의 함정(luxury trap)'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삶을 편하게 하려던 선택이 돌이킬 수 없는 새로운 의무가 되어, 한번 발을 들이면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우리는 밀을 길들였다고 믿지만, 허리를 굽혀 밭을 매는 쪽은 언제나 인간이었다. 누가 누구를 길들였는지는 다시 따져 볼 일이다.

인류의 통합 — 화폐·제국·종교

농업혁명 이후 흩어져 있던 수많은 인간 집단은 어떻게 오늘날 하나의 지구 문명으로 수렴했는가. 하라리는 세 가지 '보편적 질서(universal order)'를 든다. 첫째는 화폐다. 돈은 서로의 언어도 신도 다른 사람들끼리도 신뢰를 주고받게 하는, 인류가 만든 가장 보편적이고 효율적인 상호 신뢰 시스템이다. 둘째는 제국이다. 제국은 폭력으로 세워졌지만 언어, 법, 도량형, 문화를 넓은 지역에 강제로 통일시키며 다양한 민족을 하나의 틀 안으로 녹여 넣었다. 셋째는 종교다. 종교는 인간이 지어낸 질서에 초인간적 정당성을 부여해, "이 법은 인간이 정한 것이 아니라 신의 뜻"이라고 믿게 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안정시켰다. 하라리는 자본주의나 자유주의, 민족주의 같은 근대 이념도 실은 초월적 신 없이 작동하는 일종의 종교로 본다. 이 세 힘이 맞물리며 지구는 점점 더 촘촘하게 하나로 엮여 갔다.

과학혁명과 자본주의

약 500년 전, 하라리가 보기에 인류사의 판도를 다시 한번 뒤집은 사건이 과학혁명이다. 그 출발점은 놀랍게도 '무지의 발견(discovery of ignorance)'이었다. 이전 시대의 지식 체계는 중요한 것은 이미 경전과 전통에 다 적혀 있다고 전제했다. 반면 근대 과학은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고백에서 시작해, 모르는 것을 관찰과 실험으로 채워 나갔다. 이 겸손이 역설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낳았다. 하라리는 과학이 홀로 발전한 것이 아니라 제국과 자본이라는 두 파트너와 손잡고 커졌다고 본다. 유럽의 탐험과 정복은 과학에 자금과 데이터를 대 주었고, 과학은 다시 더 효율적인 정복의 도구를 돌려주었다. 여기에 신용(credit)이라는 발명이 결합한다. 미래가 현재보다 부유해질 것이라는 믿음 위에서 사람들은 아직 벌지 않은 돈을 빌려 투자했고, 이 '성장에 대한 신앙'이 근대 자본주의의 엔진이 되었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인의 이윤 추구가 전체의 부를 키운다는 발상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성장을 도덕적 미덕으로 만들었다.

행복 논의와 호모 데우스 예고

책의 끝에서 하라리는 가장 곤란한 질문을 던진다. 이 모든 혁명을 거치며 사피엔스는 분명 더 강해졌는데, 그래서 더 행복해졌는가. 그는 이 물음에 역사학이 지금껏 제대로 답한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생화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행복은 외부 조건보다 세로토닌 같은 신체 내부의 화학적 균형에 좌우되기에, 중세 농부와 현대 회사원의 주관적 만족도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하라리는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만족은 오히려 달아난다는 점, 그리고 불교가 말하는 '갈망의 소멸'이라는 전혀 다른 행복관까지 끌어들여 논의를 연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그는 시선을 미래로 옮긴다. 유전공학, 사이보그 공학, 인공지능은 자연선택이 40억 년간 지켜 온 생명의 법칙을 사피엔스가 스스로 다시 쓰기 시작했음을 뜻한다. 아메바에서 신으로 올라선 사피엔스가 이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모른 채 스스로를 개조하려 한다는 이 불안한 전망이, 후속작 《호모 데우스》로 이어지는 다리가 된다.

좋았던 점과 아쉬운 점

좋았던 점

  • 익숙한 역사를 완전히 낯설게 만든다. 농업의 시작을 진보가 아니라 사기로, 화폐와 국가를 실재가 아니라 허구로 다시 정의하는 순간,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부 물음표로 바뀐다. 이 관점의 전환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선물이다.
  • 7만 년을 하나의 실로 꿰는 서술력. 생물학, 인류학, 경제학, 종교학을 넘나들면서도 이야기가 흩어지지 않는다. 하라리는 거대한 시간 규모를 다루면서도 늘 구체적인 장면과 비유로 독자의 발을 땅에 붙여 둔다.
  •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다. "인류는 더 강해졌지만 더 행복해졌는가", "정복과 착취 없이 근대 과학이 가능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손쉬운 답으로 봉합하지 않은 채 독자에게 넘긴다.
  • 읽는 재미가 크다. 학술서의 무게를 가졌으면서도 문장이 도발적이고 위트가 있어, 인문 교양서를 어렵게 느끼던 독자도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아쉬운 점

  • 단정적인 화법이 근거를 앞선다. "농업혁명은 사기"처럼 강렬한 명제들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학계의 논쟁과 반례를 충분히 다루기보다 하라리 특유의 확신으로 밀어붙이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전문 역사학자들이 일반화의 비약을 지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거대 서사가 예외를 지운다. 7만 년을 몇 개의 혁명으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그 틀에 잘 맞지 않는 지역과 사례들은 자연스레 배경으로 밀려난다. 큰 그림은 선명해지지만 디테일의 신뢰도는 그만큼 양보된다.
  • 행복 논의가 다른 장에 비해 성글다. 마지막의 행복 담론은 질문은 날카로우나, 앞부분의 촘촘한 역사 서술에 비하면 사변적이고 다소 급하게 마무리된 인상을 준다.
  • 비관과 냉소의 경계가 흐릿하다. 인간의 성취를 끊임없이 상대화하는 태도가 통찰을 주는 동시에, 어떤 독자에게는 모든 것을 허무로 환원하는 냉소처럼 읽힐 수 있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

  • 역사와 인류의 기원에 관심은 많지만 어디서부터 큰 그림을 잡아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
  • "돈이란 무엇인가",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처럼 당연한 개념의 근원을 캐물어 보고 싶은 사람
  •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바꿀 미래가 궁금해, 그 출발점을 인류사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싶은 사람
  • 하나의 강력한 관점으로 세계를 다시 정렬해 주는, 지적으로 도발적인 독서를 즐기는 사람
  • 다만 세밀한 사료 검증과 균형 잡힌 학계 정설을 원하는 독자라면, 이 책의 대담한 일반화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어 정통 역사서를 함께 읽는 편이 낫다.

인상 깊은 부분

가장 오래 남는 대목은 푸조 자동차 이야기다. 하라리는 우리가 매일 그 존재를 당연시하는 '회사'라는 것이 사실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법적 허구임을 짚는다. 공장이 불타고 직원이 모두 떠나도 푸조라는 회사는 사라지지 않으며, 반대로 서류 한 장으로 태어나고 소멸한다. 이 평범한 예가 강렬한 이유는, 우리가 '실재'라 믿는 사회의 거의 모든 것 — 화폐, 인권, 법인, 국가 — 이 결국 같은 종류의 공유된 이야기임을 단숨에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잊기 어려운 것은 밀의 관점에서 농업혁명을 다시 서술하는 장면이다. 하라리는 인간이 밀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밀이 인간을 이용해 지구상 가장 성공한 식물이 되었다고 뒤집어 말한다. 주어와 목적어를 바꾼 이 짧은 서술이, 진보라는 개념이 누구의 시점에서 측정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종의 번성과 개인의 행복이 전혀 다른 문제일 수 있다는 통찰이 이 한 장면에 압축되어 있다.

읽고 나서

이 책이 바꾸는 관점은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를 둘러싼 질서의 대부분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믿기로 한 이야기라는 것. 돈도, 국가도, 회사도, 심지어 인권조차 상호주관적 합의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세상은 갑자기 훨씬 더 유동적으로 보인다. 바꿀 수 없는 운명처럼 보이던 제도들이 실은 우리가 계속 믿어 주기 때문에 유지되는 약속에 가깝다는 감각이 남는다. 당장 해볼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 어떤 사회 규칙이 절대적으로 옳게 느껴질 때, "이것은 자연의 사실인가, 아니면 우리가 함께 믿기로 한 이야기인가"를 한 번 되물어 보는 것.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세계를 보는 눈이 한 겹 깊어진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사피엔스가 던지는 "왜 어떤 대륙의 문명은 다른 대륙을 정복했는가"라는 질문을 지리와 환경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파고들고 싶다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가 가장 좋은 짝이다. 하라리가 허구를 믿는 능력에서 사피엔스의 힘을 찾는다면, 다이아몬드는 작물화 가능한 식물과 가축, 대륙의 축 방향 같은 물질적 조건에서 문명의 격차를 설명한다. 두 책을 나란히 읽으면 '무엇이 인류사를 움직였는가'라는 물음에 관념과 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두 답을 견주어 볼 수 있다.

인지혁명의 뿌리, 곧 인간의 협력과 이타성이 애초에 왜 진화했는지가 궁금하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권한다. 하라리가 문화와 허구의 층위에서 이야기하는 협력을, 도킨스는 유전자의 층위에서 냉정하게 해부한다. 사피엔스가 지어낸 신화들이 어떻게 유전자의 이해관계 위에서 작동하는지 아래위로 꿰어 보고 싶은 독자에게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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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지배하게 된 결정적 힘은 뛰어난 지능이나 도구가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허구(신, 국가, 돈, 법)를 지어내고 그것을 대규모로 함께 믿는 능력이었다는 것이다. 이 공동의 상상이 서로 모르는 수백만 명의 유연한 협력을 가능하게 했고, 그 협력이 다른 모든 종을 압도했다는 것이 하라리의 핵심 논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