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책인데 소설처럼 읽히는 책을 찾고 있는 사람
- '당연한 것'을 의심하는 사고방식에 흥미가 있는 사람
- 분류와 범주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본 적 있는 사람
- 과학사 속 위대한 인물의 어두운 이면에 관심이 있는 사람
- 상실과 혼돈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사람
'물고기'라는 분류가 과학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우리가 세상에 부여한 질서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논픽션입니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
핵심 내용 정리
데이비드 스타 조던 — 집요하게 세상에 질서를 부여한 남자
이 책은 19세기 어류 분류학자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일생을 추적합니다. 그는 평생에 걸쳐 약 2,500종의 물고기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인 인물인데,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그의 표본 컬렉션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뒤섞였을 때, 그는 포기하는 대신 바늘과 실로 물고기를 유리병에 꿰매 붙이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혼돈 앞에서도 끈질기게 질서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저자 룰루 밀러는 자신의 삶이 무너지던 시기에 이 인물에게 이끌렸고, 그의 '절대 포기하지 않는' 태도에서 처음에는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과학이 뒤집은 상식
책의 핵심 반전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현대 진화분류학에 따르면, '어류(魚類)'라는 범주는 과학적으로 유효하지 않습니다. 폐어는 참치보다 소에 더 가깝고, 먹장어와 상어는 완전히 다른 계통에 속합니다. 우리가 '물고기'라고 부르는 것들은 단지 '물에서 사는 척추동물'이라는 편의적 묶음일 뿐, 실제로는 하나의 그룹이 아닙니다.
확실히 이 사실을 알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편의상의 분류로 이해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문과와 이과', '내향적과 외향적' 같은 구분도 결국 비슷한 편의적 범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질서 뒤에 숨은 어둠 — 우생학과 분류의 폭력
이 책의 가장 충격적인 전환점은 조던의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데 집착했던 그는, 인간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 초대 총장이기도 했던 조던은 미국 우생학 운동의 핵심 인물이었고, '열등한' 인간을 도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반전이 책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깔끔하게 분류하려는 욕구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그 분류가 권력과 만나면 어떤 폭력이 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인상 깊은 부분
혼돈은 항상 질서를 이긴다. 자연은 우리가 부여한 이름표를 신경 쓰지 않는다.
이 부분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결국 이 책이 말하려는 핵심이 여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상이 혼란스러울수록 분류하고 정리하고 이름을 붙이려 하지만, 자연과 삶은 그 범주를 끊임없이 무너뜨립니다. 그리고 그 혼돈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더 정직한 태도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습니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어보니, 과학책과 회고록과 철학 에세이를 한 권에 녹여낸 독특한 구성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물고기 분류학이라는 마이너한 주제에서 출발해서 우생학, 퀴어 정체성, 삶의 의미까지 이야기가 확장되는데, 그 흐름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한국어판은 곰출판에서 출간한 정지인 역자의 번역본으로, 원서의 위트와 서정적 문체가 한국어에서도 잘 살아 있습니다. 2022년 알라딘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20~30대 독자가 전체 구매자의 61%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순수하게 과학 지식만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개인적 서사가 많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커크 월리스 존슨의 '깃털 도둑'이 실화 기반의 과학 스릴러라면, 이 책은 과학을 매개로 한 자전적 철학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교양 과학서'보다 '삶의 태도를 바꿔주는 책'으로 접근하면 더 깊이 와닿는다는 생각입니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을 의심하는 경험을 하고 싶은 분에게 확실히 추천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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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Lulu Miller, Why Fish Don't Exist, Simon & Schuster, 2020
- 곰출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1 (정지인 역, ISBN 9791189327156)
- 2022년 알라딘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1위 — 한국경제, 202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