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해마다 여름과 연말에 자기 블로그 게이츠노츠(GatesNotes)에 읽은 책 목록을 올린다. 이 목록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유명인의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그가 왜 그 책을 권하는지 매번 길게 쓰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인터넷에 도는 목록을 옮기는 대신, 그가 실제로 남긴 말이 확인되는 책만 골라 정리했다. 그리고 그 취향에 어떤 일관성이 있는지, 같은 결의 책을 어떻게 고르면 되는지까지 이어서 적었다.
게이츠가 직접 언급한 책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게이츠가 가장 강하게 밀어붙인 책이다. 그는 이 책을 두고 "내가 읽은 가장 교육적인 책 중 하나"라고 했고, 2018년에는 미국의 그해 대학·대학원 졸업생 전원에게 전자책을 무료로 선물했다. 개인 추천을 넘어 수십만 부를 자비로 뿌린 셈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다. 세계가 나빠지고 있다는 우리의 직관이 데이터와 얼마나 어긋나는지를 열세 개의 질문으로 보여준다. 극빈층 비율, 영유아 예방접종률, 여성 교육 연수 같은 지표에서 사람들은 침팬지가 무작위로 찍는 것보다도 못 맞힌다. 게이츠가 이 책을 좋아한 이유는 낙관론이어서가 아니라, 비관이 사실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을 숫자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 유발 하라리
게이츠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고 썼다. 다만 그가 무비판적으로 극찬한 것은 아니다. 농경을 시작하기 전 인류가 더 행복했다는 하라리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추천하면서 반대 지점을 함께 적는 이 방식이 게이츠 서평의 특징이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를 '허구를 함께 믿는 능력'으로 설명한다. 돈, 국가, 회사, 법 같은 것들이 실체가 아니라 공유된 이야기라는 관점이 이 책을 유명하게 만들었다.
총, 균, 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게이츠가 오랫동안 반복해서 언급해 온 책이다. 왜 어떤 대륙의 문명이 다른 대륙을 정복했는가라는 질문에, 인종이나 문화의 우열이 아니라 작물화 가능한 식물과 가축, 대륙의 축 방향 같은 물질적 조건으로 답한다. 게이츠가 좋아하는 유형 — 큰 질문에 검증 가능한 근거로 답하는 책 — 의 전형이다.
『사피엔스』와 나란히 읽으면 좋다. 하라리가 관념(상상의 질서)에서 답을 찾는다면 다이아몬드는 환경에서 찾는다. 같은 물음에 대한 두 개의 다른 대답이다.
아직 이 사이트에 리뷰가 없는 책
게이츠가 추천했지만 여기 아직 리뷰가 없는 책도 있다. 링크 없이 제목만 적어 둔다.
- 호모 데우스 — 하라리의 후속작. 게이츠가 『사피엔스』와 함께 언급했다.
-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게이츠노츠에서 소개하며 "수면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썼다. 실제로 그 뒤 잠을 더 자게 됐다고 밝혔다.
- 지금 다시 계몽(Enlightenment Now) — 스티븐 핑커. 게이츠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 부른 적이 있다.
게이츠의 독서 취향에 흐르는 것
목록을 늘어놓는 것보다 이쪽이 실용적이다. 그가 고르는 책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셋 있다.
첫째, 큰 질문에 답한다. 왜 어떤 사회는 부유해졌는가, 인류는 어디서 왔는가, 세계는 나아지고 있는가. 개인의 성공담이나 처세술은 그의 목록에 거의 없다.
둘째, 근거가 검증 가능하다. 주장이 세더라도 데이터와 출처가 따라붙는 책을 고른다. 『팩트풀니스』의 지표, 『총, 균, 쇠』의 지리·생물학적 조건이 그렇다.
셋째, 결론이 대체로 낙관적이다. 다만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라 "생각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데이터에 근거한 낙관이다. 이 점 때문에 그의 목록이 지나치게 낙관 편향이라는 비판도 있다는 것은 함께 알아 둘 만하다.
이 취향이라면 함께 읽을 만한 책
게이츠가 직접 추천한 것은 아니지만, 위 세 조건에 정확히 들어맞는 책들이다. 게이츠 목록을 다 읽었거나 비슷한 결을 찾는다면 여기서 이어 가면 된다.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우주의 시간 척도에서 인간을 다시 놓고 본다. 큰 질문과 과학적 겸손이라는 점에서 게이츠가 좋아할 법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
-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생명을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다시 설명한다. 직관에 반하는 주장을 근거로 밀어붙인다는 점이 『팩트풀니스』와 닮았다.
- 생각에 관한 생각 — 대니얼 카너먼. 『팩트풀니스』가 "우리는 왜 세계를 잘못 아는가"를 데이터로 보여준다면, 이 책은 그 오해가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설명한다. 두 권을 이어 읽으면 한 세트가 된다.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룰루 밀러. 앞의 책들과 정반대 방향에서 유용하다. 과학이 어떻게 편견의 도구로도 쓰였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에, 데이터 낙관론 옆에 두면 균형이 잡힌다.
어디서 시작할까
셋 중 하나를 고르라면 팩트풀니스 다. 세 권 중 가장 얇고 문장이 쉬우며, 열세 개 질문에 직접 답해 보는 것만으로 이 목록 전체의 문제의식이 잡힌다. 게이츠가 굳이 자기 돈으로 수십만 명에게 뿌린 이유도 그 접근성에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사피엔스에서 시작해 총, 균, 쇠로 넘어가는 순서를 권한다. 사피엔스가 훨씬 잘 읽히고, 그 다음에 다이아몬드를 읽으면 같은 질문에 대한 다른 대답이 선명하게 대비된다.
자주 묻는 질문
Q: 빌 게이츠의 추천 도서 목록은 어디서 볼 수 있나요?
그의 개인 블로그 게이츠노츠(GatesNotes)에서 직접 공개한다. 보통 여름 휴가철과 연말에 한 번씩 그해 읽은 책 중 몇 권을 골라 서평과 함께 올린다. 인터넷에 도는 정리 글 중에는 그가 실제로 언급하지 않은 책이 섞인 경우도 있으니, 확인하려면 원문을 보는 편이 확실하다.
Q: 게이츠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고 한 책은 무엇인가요?
시기에 따라 다르게 말했기 때문에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다. 스티븐 핑커의 『지금 다시 계몽』을 그렇게 부른 적이 있고, 『팩트풀니스』에 대해서는 "가장 교육적인 책 중 하나"라고 했다. 소설로는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언급한 적이 있다.
Q: 게이츠 추천 도서는 왜 대부분 과학·역사책인가요?
그가 고르는 기준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성공담이나 자기계발서는 그의 목록에 거의 오르지 않는다. 큰 질문, 검증 가능한 근거, 데이터에 기반한 낙관이라는 세 조건이 그의 취향을 대체로 설명한다.
Q: 한 권만 읽는다면 무엇이 좋을까요?
팩트풀니스를 권한다. 분량이 적고 문장이 쉬우며, 책을 펴자마자 나오는 열세 개 질문에 직접 답해 보는 것만으로 이 목록 전체가 왜 이렇게 구성됐는지 감이 온다.
Q: 이 목록에 비판은 없나요?
있다. 게이츠가 고르는 책들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기술과 시장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관점에 치우쳐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그래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처럼 과학의 그림자를 다루는 책을 함께 읽으면 균형이 잡힌다.